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90화. “안 돼, 우리 아가!” 영암 터미널에서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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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우리 아가!” 영암 터미널에서의 사투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어머니와 이웃분들은 “아이가 잘못되어 병이 왔으니, 다시 아이를 가져서 낳고 조리를 잘하면 병이 나을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병원에서도 같은 말을 했지만, 나는 이미 몇 번의 유산과 강제 낙태, 그리고 의료사고까지 겪은 터라 과연 임신이 가능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뒤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하루하루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못 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떻게든 살아나서 내 한 몸 다 바쳐 어머니를 위해 반드시 잘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나를 재촉했다. 얼마 후 다행히 임신이 되었다.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던 내게 찾아온 새 생명이었기에 하루하루가 결코 쉽지 않았다. 입덧은 여느 때보다 훨씬 극심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 찾아와 준 아이라 더욱 소중했다. ‘아가야, 이번에는 엄마가 꼭 지켜줄게. 반드시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꼭 만나자.’ 나는 아이를 지키려 살얼음판을 걷듯 매사를 조심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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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임신 3개월째에 남편이 영암 지소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사할 방을 구하기 위해 남편과 친척 시누이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조심 영암 곳곳을 돌아다녔다. 돈이 부족해 마땅한 곳을 찾기가 참 힘들었다. 그렇지만 좋은 집을 쉽게 찾은 셈치고 봉헌하며 오랜 발품 끝에 어렵사리 산꼭대기에 있는 방을 얻을 수 있었다.
 
계약을 마치고 나니 몸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서둘러 영암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마침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 있기에 내가 먼저 버스에 올랐다. 버스 계단을 딛고 올라가려던 찰나, 밖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험악한 욕설이 들려왔다. ‘어디 창녀라도 있나 보다’ 생각하며 힘겹게 발을 떼는데, 그 소리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들리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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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똥갈보 같은 년은 죽여버려야 돼!” 그 소리에 ‘누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나?’ 싶어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 쓰러질 뻔했다. 그 모든 욕설이 바로 나를 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젊은 청년이 내 바로 밑까지 쫓아와 나를 손가락질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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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은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년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고 있어!” 나는 너무 놀라 당황스러웠지만, 청년의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로 뒤에 남편이 있으니 큰일은 없을 거라 믿으며 청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이 내 남편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그러나 청년은 막무가내였다.
 
“너 이년 이리 와! 죽여 버리겠어!” 그러더니 버스 계단을 오르던 내 멱살을 잡아채 땅바닥에 거칠게 패대기쳤다. “윽!” 눈앞에서 불이 번쩍였다. ‘아가!’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배부터 감싸 쥐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남편은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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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잃은 청년은 쓰러진 내 뺨을 때리더니 발로 차고 밟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이 그를 막으며 “진짜 내 아내여!”라고 외쳐도 소용없었다. 함께 있던 시누이가 “우리 올케언니예요!”라고 소리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년의 거센 발길질과 주먹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날아들었다. ‘안 돼, 우리 아가!!!’ 배 속의 아기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배를 꼭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청년이 쓰러진 나를 질질 끌고 가며 폭행했다. 남편이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해서 부인을 못 때리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모질지 못해서인지 내 부인이라고만 하며 어설프게 그를 막기만 했으니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청년은 다시 나를 끌고 가 때리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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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팔다리는 물론, 온 전신에 무자비한 발길질이 쏟아졌다. 배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보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하지만 혈기 왕성한 청년이 쏟아내는 분노를 가녀린 내 두 손으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날은 영암 장날이라 터미널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남편이 당황한 와중에 나를 겨우 일으켜 세우자 청년이 다시 소리쳤다. “유부남 쫓아다니는 저런 년은 죽여야 돼!” 그는 다시 나를 붙들어 바닥에 패대기치고 짓밟고 임신한 내 배를 마구 차고 짓밟았다. “아가! 흑흑...”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아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나 나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렵게 가진 내 아이가 잘못될까 봐 그것만이 두려울 뿐이었다. 청년이 계속 죽이겠다고 달려들자 남편이 그를 향해 “그만해! 네가 뭔데 남의 아내 몸에 손을 대!”하고 소리쳤다. 청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거칠게 낚아채진 머리채에 상체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센 발길질이 내 배를 여지없이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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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초주검이 된 나는 그대로 신작로까지 날아가 떨어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부터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몸서리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까지 날아가 떨어질 만큼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무서워 죽을 것 같았지만 이번만큼은 꼭 아기를 지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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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느님, 부디 이 잔인한 폭행에서 우리 아기를 지켜주세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배를 감싸 안았다. 신작로에 사람이 떨어지니 오가던 버스와 차들도 모두 멈춰 섰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 안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 직접 내려와 구경하는 사람들로 터미널 근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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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죽어가던 상황인데도 남편은 시누이에게 나를 맡기고 파출소로 달려갔다. 그런데 내 곁에 있어야 할 시누이마저도 어느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청년은 쓰러져 있는 내게 다시 달려와 소리쳤다. “이 더러운 년아! 똥갈보 같은 네년은 내가 변소로 데리고 가서 콱 박아버릴 거야!” 하면서 나를 화장실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많은 구경꾼 중에 말리는 사람은 여전히 하나도 없었다. 남편도, 시누이도 보이지 않자 청년은 더욱 횡포를 부렸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차라리 시누이를 보내고 남편이 곁에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처음엔 그저 재래식 변소에 빠뜨리겠다는 소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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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콱 박아버리겠다’는 말이 성폭행을 의미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나는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을 새도 없이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실랑이 끝에 내 옷은 물론 그의 질긴 가죽 점퍼까지도 찢어졌다. ‘아버지 하느님, 내 아버지! 부디 우리 아기 살려주셔요.’
 
나는 속으로 간절히 울부짖으며 아버지 하느님만을 외쳐 불렀다. 그러자 화장실 근처까지 끌려갔던 내가 다시 대합실 쪽으로 그를 끌고 올 수 있었다. 완전히 쇠진하여 병약한 내가 건장한 남성에게 대항할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아버지를 부르며 울부짖을 때 주님께서 주신 힘이었으리라.
 
낙태 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입덧까지 심해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나였다. 하루 종일 방을 보러 다니느라 기력마저 소진된 상태였다. 그런 내가 건장한 청년에게 그렇게 두들겨 맞았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목숨을 잃었을 상황이었다.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나는 대합실까지 돌아왔다. 청년은 다시 나를 끌고 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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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그 순간, 남편의 신고를 받은 경찰 두 명이 나타났다. ‘이제 살았다!’ 일시에 긴장이 풀리며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소동이 일단락되고 폭행한 청년과 나는 파출소로 향하게 되었다. 정신은 혼미하고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지만, 남편과 그제야 나타난 친척 시누이의 부축을 받아 겨우겨우 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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