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388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 돼”, 다시 잡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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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 돼”, 다시 잡은 손

어머니는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이 아무래도 이상하셨는지 계속 내 눈치를 살피셨다. 그러다 “너 무슨 일 있지?” 하고 물으셨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돌아왔지만, 내가 그이의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 싶은 생각에 남편과 헤어져야만 하는 사정을 간곡히 말씀드리며 어머니께 매달렸다.
 
“어머니, 죄송해요. 김 서방과 헤어지고 나면 제가 어머니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살게요. 미용 기술이 있으니 제가 벌면 충분히 살 수 있어요. 제발 허락해주세요, 네?” 내 간절한 애원에 어머니는 뜻밖에도 너무나 쉽게 “그래라.” 하고 대답하셨다. 지금까지의 그 지독한 번뇌가 무색할 만큼 순순히 허락해주시는 듯해, 나는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막혔던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 어린 승낙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조용하면서도 서늘하리만치 단호하게 말씀을 이으셨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그 꼴 못 본다. 나는 방에 가만히 누워있을 테니, 이 집에 석유 뿌리고 불을 확 질러버려라. 그러고 나서 네 마음대로 해.”하시며 밖으로 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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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석유 곤로에 쓰려고 사다 놓은 석유 한 말통을 가져와 내 앞에 툭 내놓으시는 게 아닌가! 어머니의 그 강경한 태도 앞에 나는 더는 어떤 타협도 꿈꿀 수 없었다. 아니, 그보다 나 하나만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더 이상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죽음 앞에서 발길을 돌린 이유도 바로 내 어머니 때문이지 않았던가.
 
나는 결국 무너져 내리며 어머니께 간절히 용서를 청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암담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그저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나, 이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에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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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어머니는 서둘러 나주로 함께 가자고 재촉하셨다. 차마 거역할 수 없었던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나섰다. 나주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이는 나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와 말했다. “여보, 미안해. 이 모든 게 다 내가 부족한 탓이야. 이제 우리 다시 힘을 모아서 새롭게 시작합시다.” 남편은 아내 없는 하룻밤을 홀로 보내며 나에게 쓴 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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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한 고독이자 즐거운 고통이라오. 오직 당신이 있기에 나도 오늘을 존재하고 있소. 이 시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오. 당신 이마에 흐르는 땀이 곧 나의 눈물이라는 걸 당신은 이미 알고 있지 않소. 눈을 감으나 눈을 뜨나, 앉으나 서나 내 마음은 온통 당신 생각뿐이라오. 당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나의 피요, 뛰는 내 심장의 고동이 곧 당신의 맥박이니 내가 곧 당신이고 당신이 곧 나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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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득한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내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쏟아졌다. 남편은 전날 내가 남기고 간 편지를 읽고 퇴근 후에 나를 데리러 오려 했다고 한다. 그동안은 내게 참으로 무심했던 남편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그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보려 말없이 이모 집에서 외박을 하고 들어갔을 때도 그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내를 깊이 믿어준 덕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만큼은 남편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 어린 한마디가 무엇보다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감이 달랐던지 내가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니, 굳게 먹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거창하거나 큰 것을 바란 적은 없었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슬프게도 그 뜨거운 고백들은 그저 말뿐인 경우가 많았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앞길이 험난한 결혼생활일지라도, 그리고 저 화려한 글귀들이 다시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그의 진심이라 믿고 싶었다.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오기 전 집 안 청소까지 깨끗이 해놓은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나는 다시 한번 사랑의 힘을 내어, 그 말뿐인 약속이라도 붙잡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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