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523화. 나를 방문해온 두 여신도와 잔인한 진실


056c01c5f535e.png

나를 방문해온 두 여신도와 잔인한 진실

몸을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는 혹독한 고통 속에 자리에 누워있었다. 병세는 나날이 깊어져 급기야 서 있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내 온몸을 갉아먹고 있을 암세포가 전신에 가득 찼으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ccd80f59d95b0.jpg


땅에 닿은 곳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기에, 늙으신 어머니와 남편이 번갈아 가며 내 몸을 이리저리 굴려 마사지를 해주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었다. 어린 큰딸조차 눈물로 엄마 곁을 지키며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마비된 다리를 주물러주곤 했다.


f03365e830d18.jpg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타인의 도움에만 의지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육신의 통증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마음을 베어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는 끊임없이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기도를 바쳤다. ‘그래도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지 않은가!’

ca9838c89ddb0.jpg

세상에는 버림받고 소외되어 극심한 고통 중에도 돌봐줄 이 하나 없는 가여운 영혼들을 생각하면, 이 고통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임에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매 순간 찾아오는 발작적인 고통을 가족들을 위한 제물로 봉헌했다. 머지않아 딸을 잃게 될 어머니를 위해, 또 아내와 엄마를 잃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내 아픔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 올려드렸다.
dbddc95d33c8b.jpg

가족들이 겪을 슬픔을 제발 저에게 다 주시고, 가족들의 고통을 경감시켜 달라고 하느님께 눈물로 청원드렸다. 또한, 나처럼 임종의 고통 속에서 홀로 죽어갈 수많은 영혼을 위해서도 내 고통을 보속으로 바쳐드렸다. 성당에서 보았던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묵상하며, 나를 위협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처절한 사랑의 제사로 봉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주 교회에 다닐 때 알고 지내던 여신도 두 명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정성을 다하는 듯 보였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마음 써주는 그들의 사랑이 고마워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겨우 인사를 전했다

96538c50ebcbd.jpg


그들은 웃으며 “얼른 나으셔요” 하고 방을 나섰다. 우리 집 방에서 대문까지는 꽤 거리가 멀었으나, 모든 감각이 사라져가던 내게 청각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예민하게 살아있었다. 대문을 열며 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다.
 
“아이고, 서른셋 한창나이에 너무 안됐다. 병은 도저히 나을 것 같지 않은데 저렇게 누워만 있으면 어쩌나.” “그러게 말이야. 젊디젊은 목숨이 불쌍하긴 하지만, 저렇게 사람 구실도 못 하고 누워만 있을 바에는 차라리 죽어주는 것이 산 사람들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이지, 쯧쯧...”


 290b679418661.jpg


“맞아, 맞아. 죽지도 않고 저렇게 살아만 있으면 산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겠어?” 그 순간, 나는 마치 위대한 진리라도 발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그렇구나! 내가 왜 미쳐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병들어 누워만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걸림돌이었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깨달았단 말인가?


7ed8a1de6519e.jpg


어머니 가슴에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해, 남편을 홀아비 만들지 않고 아이들을 엄마 없는 자식으로 키우지 않기 위해 그토록 눈물겹게 발버둥 쳐 왔건만... 이제는 나를 돌보시던 어머니조차 지칠 대로 지쳐 장딴지가 붓고, 가래톳이 서고 온몸이 성한 곳이 없으시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만 준다면 남편과 많은 사람이 편해질 텐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살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너무나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 존재를 다 바쳐 사랑으로 불태우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건만, 결국 짐이 되고야만 이 비참한 처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오열을 참을 수 없었다.


 f99d5973833fe.jpg


‘불쌍한 내 어머니의 가슴에 하나뿐인 딸을 묻을 수는 없으니, 영영 일어날 수 없다면 내 한목숨 희생으로 바쳐 모두를 편하게 하리라.’ 그 당시에는 자살이 죄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기에 나는 죽기로 굳게 결심했다. 시린 눈물이 솟구쳐 올랐으나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에 외사촌 동생 길영이와 꿩 잡는 사람들로부터 “철물점에 가면 꿩 잡는 약인 청산가리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잠시 화장실에 가신 틈을 타, 죽을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밖으로 기어 나왔다.


3631f110a9f89.jpg
2def55fd7667f.png
30 27

나주 성모님의 집 (경당)   전남 나주시 나주천 2길 12 (우. 58258) | 나주 성모님 동산   전남 나주시 다시면 신광로 425 

TEL  061-334-5003 | FAX  061-332-3372 | E-mail  najumary@najumary.or.kr | 사업자 등록번호  652-82-00210

COPYRIGHT ⓒ 2021 재단법인 마리아의 구원방주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