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509화. 죽음의 문턱에서 집으로 돌아와 마주한 사랑의 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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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문턱에서 집으로 돌아와 마주한 사랑의 확증

“어서 일어나 집에 가야지?” 하는 그 다정한 말씀에 이끌려,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차가운 성당 바닥에 오래 쓰러져 있던 탓에 몸은 얼음처럼 굳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늦어 가족들이 애타게 찾으리라는 생각에,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애써 끌며 겨우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가 나 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온 집안에 환하게 불을 켜놓고 온 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동조차 힘든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가족들은 극심한 근심에 빠져 내가 갈 만한 곳은 모조리 뒤졌다고 했다. ‘혹시 어디서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에 오토바이를 타고 온 시내를 돌며 다리 밑, 저수지, 영산강 변의 풀밭 등 사람이 쓰러져 있을 법한 곳은 샅샅이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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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내 나를 찾지 못해 허탈하게 돌아와 남편은 물론 아이들까지 가족들이 안절부절 못한 채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집 밖 골목까지 절절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남편은 마치 죽었다 살아 돌아온 사람을 본 듯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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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도대체 어디를 갔다 온 거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오? ‘어디서 죽었으면 어떡하나?’ 싶어 내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소. 여보,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소. 당신은 살아야 해, 꼭 살아야 해! 당신이 이렇게 아프게 된 건 전부 이 못난 남편 때문이오. 이제 정말 잘할게. 당신 눈에서 눈물 흘리게 했던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해줄게, 응?”
 
남편의 절절한 고백에 나 또한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고 말았다. “아니에요, 당신은 나에게 충분히 잘해주었어요. 부족한 아내 때문에 당신이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저려와요. 미안해요, 저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자 남편은 내 말을 가로막으며 울먹였다.
 
“여보, 그게 무슨 말이오! 절대 아니야.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오.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진즉 죽었을 목숨이오. 당신의 그 지극한 정성과 사랑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거요. 천사같이 착한 마음을 가진 당신이 절대 죽어서는 안 돼. 여보, 제발 힘을 내요. 나는 당신 없이는 절대로 안 돼. 이제는 내가 당신을 꼭 지켜줄 거야.”
 
무심하게만 대했던 남편이 이토록 나를 절실하게 사랑하고 있었다니! 그이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가슴 속에 맺혀있던 숱한 아픔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너무나 고마워 다시 한번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굳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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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나 죽지 않아요. 당신이 내 곁에 있는 한 절대로 죽지 않을 거예요. 꼭 살아서 당신과 아이들을 데리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우리 불쌍한 어머니께 보여드릴 거예요. 평생 나 하나만을 위해 아낌없이 바쳐오신 우리 어머니 가슴에 결코 무덤을 만들 수는 없어요.”
 
우리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와 큰딸과 큰아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밤이 하얗게 지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직 엄마 손길이 간절한 어린 새끼들을 남겨두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자고 불쑥 찾아온 말기 암이라는 불청객을, 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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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의 깊은 사랑에서 새 힘을 얻어, 나의 삶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기필코 바꿔놓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어머니와 가족 모두를 위하여 내 남은 생을 아낌없이 불태우리라 다시금 결의했다. 비록 죽음이라는 친구가 언제든 함께 가자며 곁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라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슬픔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 반갑지 않은 친구를 멀리하리라 마음먹었다.
 
대신 건강을 새로운 친구로 맞아들이며 새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으며, 성당에서 마주했던 십자가 위 예수님의 외롭고도 쓸쓸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못박혀 피 흘리시며 돌아가셨으나 사흘 만에 부활하셨나이다. 부디 이 힘없고 가냘픈 제 영혼 육신에 당신의 그 고귀하온 보혈로 수혈해 주시어 당신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듯이 부족한 저도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게 하소서. 아멘!’ 깊은 밤이 지나가고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소망의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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