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 25화. 생어금니를 펜치로 뽑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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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어금니를 펜치로 뽑히다

우리 셋집 옆에는 어머니 재종 동생이 살았다. 그 집에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영자라는 딸이 있었다. 12월 어느 추운 겨울, 어머니께서 장사를 나가신 그 이튿날, 혼자 있던 나에게 영자가 같이 놀자고 했다. 어머니가 안 계시면 늘 홀로 쓸쓸히 셋방에 있었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집에서 영자와 단둘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작은외숙이 영자네 집에 오셨다. 나는 외숙을 보고 무서웠지만 공손하게 인사드리고 다시 영자와 놀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작은외숙이 뒷짐을 지고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홍선아, 입을 벌려봐라.” 하셨다. 뒷짐 진 손에 펜치를 들고 계신 것을 본 나는, 너무 무서워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린 것이 어디로 얼마만큼 도망갈 수 있겠는가? 외숙은 도망치려고 하는 나를 붙들어서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나를 넣어 꼼짝 못 하게 조였다. 그리고 억지로 내 입을 벌리더니 펜치를 내 입안으로 넣어 어금니를 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공포에 질린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면서 몸부림을 치며 오랫동안 실랑이를 했다.
 
몸부림을 치다 보니 펜치에 입안 곳곳이 다 찔리고 패였다. 외숙은 무슨 맘이셨는지 흔들리지도 않던 멀쩡한 왼쪽 어금니를 펜치로 집어서 억지로 힘을 주어 기어이 뽑아버리셨다. 어금니가 뽑히며 생살점까지 함께 많이 떨어져 나왔다. “아아!!!” 이가 뽑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그 순간에 불이 번쩍번쩍하는 듯 엄청나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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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숙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입을 붙들고 울며 피 흘리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살점이 붙은 이를 들고 “까치야~...” 뭐라고 하시면서 지붕 위에 휙 던지고 사라지셨다. 나는 사랑받은 셈 쳤지만 견딜 수 없이, 주체할 수 없이 너무 아파 엉엉 울었다. 계속 피를 흘리는 나를 보고, 오직 영자만 옆에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영자네 가족은 가마니를 짜고 있었고, 결국 나는 혼자 울면서 입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계속 뱉어내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한겨울에 불도 때지 못한 차디찬 셋방은 너무나 추웠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니 온몸에 오한이 들어 덜덜 떨려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피만 흘러내린 것이 아니라 엄청난 통증까지 수반되어 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배가 고팠지만, 피가 계속 흘러나와 피 섞인 침을 뱉어내야 했기에 물조차 마실 수가 없었다. 피를 뱉어내느라고 뜬눈으로 지새우는 깊은 겨울밤, 어린 나는 계속 흘러나오는 많은 피를 혼자 밖에 나가 뱉기가 무서워 걸레에 뱉어냈다. 밤새 뱉어낸 피로 두 장의 걸레가 흥건히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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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되어도 피는 전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너무나 많이 아팠다. 날이 새자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또 밤새 뱉어낸 피 묻은 걸레들을 헹구려고 밖으로 나가려다 휘청거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정신이 가물거렸지만, 간신히 일어나 피를 뱉고 피 묻은 걸레를 물로 적셔 짜냈다.
 
그리고 다시 기다시피 방에 들어가 피를 뱉어내기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결국 완전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과다 출혈로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염이 긴 인자하신 어떤 할아버지가 쓰러져있는 나에게 다가와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탁’ 치시면서 “이제 어서 일어나거라.” 하셨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돌아와서 눈이 떠졌다.
 
눈을 뜨고 보니 내 곁에는 장사하고 나흘 만에 돌아오신 어머니가 나를 붙들고 엉엉 울고 계셨다. 쓰러져 입에서는 피가 가득 고인 채 입 밖까지 흘러나와 굳어있었고, 아래는 대소변을 다 배설하고 죽어 굳어있는 딸을 보고 목 놓아 울고 계셨던 것이다. 어머니가 밤에 돌아오셨으니 내가 죽어있던 그 시간은 만 이틀 반이나 되었었다.
 
나를 붙들고 대성통곡하고 울고 계시던 어머니는 내가 깨어난 것을 보시고 “우메, 우메, 아가, 이것이 뭔 일이라냐. 정신이 드냐?” 하고 우시며 여기저기를 어루만지셨다. 그리고 내 입안에 굳어있는 피를 떼어 내주시는데, 너무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볼에 흘러내린 핏자국을 닦아주시는데도 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펜치로 생 어금니를 뺄 때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갔기에 볼이 너무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매가 부러질 때까지 맞아도 소리 한 번 내지 않던 내가, 그토록 못 견디게 아파하며 소리를 지르니 어머니도 놀라시며 너무나 안타까워하셨다. 어머니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으셨으나 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왜냐면 ‘어머니가 외숙이 펜치로 생 어금니를 뽑은 것을 아시면 얼마나 충격받으시고 속상해하실까?’ 싶어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다. 너무 아파 말하기도 힘들었지만 나는 애써 “어머니, 넘어져서 입속을 다쳤어요.” 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상처 난 곳에 뭔가 살짝 닿기만 해도 피를 흘려 음식도 잘 못 먹고 말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그 아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저절로 줄줄 흘러내려도, 어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어머니 앞에서는 아프지 않은 셈 치고 애써 눈물을 감추었다. 그리고 외숙의 사랑 받은 셈 치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입을 다물고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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