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 9화. 아버지, 할아버지가 우리 곁에서 떠나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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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할아버지가 우리 곁에서 떠나가시고

부패 되어 축 늘어져 무거운 할아버지의 시신을 혼자 둘러메고 20~24Km의 그 먼 길을 홀로 걸어 돌아오셨다. 오시자마자 장사를 지내드리며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다하셨다. 그때 나는 네 살이었고, 동생은 돌도 지나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찾아 헤매던 어머니는 오셨는데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아 어디 계시느냐고 어머니께 여쭈었다.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단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 할아버지가 어디로 돌아가셨어?” “이제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안 계셔, 저세상으로 가셨단다.” “그럼 이제 할아버지 못 보는 거야?” “응, 이제 할아버지를 볼 수가 없어.” 나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엉엉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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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사라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그렇게도 예뻐해 주셨던 할아버지마저 볼 수가 없다니! 아직 어려, 죽음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이제 더는 영영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리신 어머니와 함께 나도 울고 또 울었다.

광주에서 선비로서 편하게 사시던 할아버지는 시골로 피난 나와 산에서 나무도 손수 해오셨다. 지게에 나무를 지고 오시다가도 길에서 내가 보이면 “선아! 우리 예쁜 내 아가!” 하시며 지게를 던져버리시고 단숨에 뛰어와 나를 안고 사정없이 볼을 비비며 뽀뽀하시곤 하셨다. 그러면 나는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고 땋아드리며 “헤헤” 웃곤 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땅에 놓을 줄 모르실 정도로 예뻐서 업어주시다가 던져놓은 지게를 가지러 가시면서도 나를 꼬옥 안고 가셨다. 그런 다정한 할아버지가 내 곁을 떠나셨다니! 어렸지만 할아버지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어머니, 나도 할아버지 가신 곳으로 갈 거야.” 하자 어머니는 더욱 슬프게 우시면서 말씀하셨다.
 
“아가, 할아버지 가신 곳은 절대로 갈 수가 없어, 다른 세상이야.” “그러면 나 다른 세상에 가서 할아버지 볼 거야.” 했더니 어머니는 나를 달래시다가 내가 계속 할아버지 보러 간다고 하자 속이 상하셔서 매를 들고 때리셨다. “다시 한번만 더 할아버지 보러 간다고 하면 더 혼내줄 거야.” “응, 어머니! 다시는 안 할게.” 했다.
 
나는 매 맞은 곳이 아파서 운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소리 없이 계속 울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 시신을 모시고 선산에 가서 장사를 지내신다며 방에 불을 따뜻하게 떼고 다녀오겠다고 하셨다. 그러는 동안, 나는 무서웠지만 어머니와 함께 있는 셈 치고, 젖먹이 동생 순덕이와 함께 큰외갓집 사랑채 상하 방에 단둘이 있었다.
 
그런데 어린 동생 순덕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뜨거운 아랫목에 데여 발목에 심한 화농이 생겼다. 동생이 순덕이가 아파 울며 보채는데도 나도 어려서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동생을 안고 함께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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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먹을 것도 없으니 동생을 무척 사랑했던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네 살배기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동생은 겨우 한 돌도 되지 않은 아기였던 것을….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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