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801화. 두껍게 더께 낀 요강을 반짝반짝 새것처럼 닦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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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게 더께 낀 요강을 반짝반짝 새것처럼 닦으며

봉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매일 그 집을 드나들었지만, 당시 본당에는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신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나로 인해 죄를 짓지 않도록, 나는 할아버지를 돕는 일을 드러내지 않고 해가 진 뒤 밤에만 몰래 찾아다녔다. 할아버지를 돕는 일에는 온 가족이 총동원되었다. 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가지 못하면 어머니께서 대신 음식을 해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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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마저 어려우실 때면 우리 아이들이, 그마저도 안 되면 미용실 식구들에게라도 부탁해 음식을 보냈다.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우리 가족에게는 크나큰 기쁨이었기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장부 율리오 씨도 나의 뜻을 알고 처음부터 지성으로 도와주었다. “주형이 아빠, 하수구 고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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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묻자 장부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지.” 남편은 팔을 걷어붙이고 하수구를 뚫으려고 애를 썼지만 시멘트로 막아버린 오물로 가득 찬 하수구는 장정의 힘으로도 도저히 뚫리지 않았다. 결국 본당 남성 단체인 대건회 회장인 남편은 회원들 몇 명과 함께 하수구 뚫을 기계들과 시멘트까지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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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를 뚫고 마당을 보수했다. 남편과 나는 함께 생활의 기도를 바치며 집 곳곳을 모두 수리해서 할아버지가 지내시기 편하도록 온갖 정성을 다했다. 처음 방문한 날, 나는 할아버지의 요강을 비워 씻어드리려 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씻지 않고 사용해 온 요강에는 더께가 너무나 두껍게 끼어 그 무게가 묵직할 정도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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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냄새가 진동했다. ‘머리 한 사람만 잘라도 요강 하나는 새로 사드릴 수 있을 텐데, 그냥 하나 사드릴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곧 마음을 바꾸었다. 이것을 희생 보속으로 삼아, 할아버지의 영혼과 육신에 맺힌 상처와 아픔을 씻어드리는 마음으로 요강을 닦기로 했다.
 
나는 개천으로 나가 요강에 연탄재를 넣고 맨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쇠수세미를 쓰면 편하겠지만 그 돈마저 애긍함에 넣어 불쌍한 이웃을 위해 쓰고자, 쇠수세미로 닦는 셈 치고 봉헌하면서 닦고 또 닦았다. 역겨운 냄새는 좋은 향기를 맡은 셈 치고 봉헌했다. 손만으로는 부족해 앞집 세레나 할머니에게 짚을 얻어 뭉친 뒤 본격적으로 닦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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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보속할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오, 사랑하올 나의 예수님! 저에게 작은 예수님인 봉 할아버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손이 움직일 때마다 요강의 더께가 벗겨지듯, 불쌍한 할아버지의 영혼과 육신의 때도, 상처도 깨끗이 씻어주시고 벗겨주소서. 또한 저와 이 세상 죄인들의 죄악도 씻어주소서. 아멘!”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요강을 닸았다. 어느덧 찌든 때가 벗겨지며 놋쇠 요강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뻐서 어깨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아, 예수님 감사합니다! 영혼에 낀 두꺼운 때까지 이렇게 깨끗이 벗겨주시니 무한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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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색 같은 붉은 죄악일지라도 눈과 같이 희게 해주시는 예수님! 찌들고 더러운 우리의 죄악의 더께를 이렇게 깨끗이 씻어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그때 내가 느낀 기쁨과 즐거움은 이 세상 무엇에도 비길 수 있을까? 비록 할아버지께서 볼 수는 없으시지만 반짝반짝 깨끗해져 가벼워진 요강을 갖다 드리며 신신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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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제 대변도 꼭 이 요강에 보셔야 해요. 고무 들통은 다 깨져서 버렸으니까요. 제가 매일 와서 비워드릴게요.” “아이고, 아짐 정말 고맙소.” “그리고 이제 하수구도 뚫고 바닥도 시멘트로 새로 했으니, 물을 부어도 바닥이 질퍽이지 않을 거예요.”
 
매일 정성을 다해 도와 드렸더니 집안에 진동하던 지린내도 사라지고 공기가 맑아졌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집안의 변화를 느끼며 연신 감탄하셨다. “우메, 아짐! 뭘 어떻게 한 거요? 집에 냄새도 안 나고 너무 좋소.” 행복해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는 그 흐뭇함은 세상 그 어떤 기쁨과도 비길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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