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프로젝트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주님께서 예비하신 삶」- 443화. 시련의 끝에서 홀로 서기를 허락하신 하느님의 사랑


732a4f3af7a3c.png

시련의 끝에서 홀로 서기를 허락하신 하느님의 사랑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남편과 타협하여 시댁 식구들이 모여 사는 광주에서 수술받기로 결정했었다. 학교 다니는 아이 둘과 두 살배기, 그리고 젖먹이까지 둔 내게 시댁의 손길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동안 내 모든 것을 내어주며 목숨 바쳐 사랑했던 식구들이었기에, 당연히 그들도 형제애를 나누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6c86cf56143a9.jpg


남편도 시댁에 도움을 청하는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병들고 쓰러지자 그토록 살갑던 식구들은 한순간에 낯선 타인처럼 멀어졌다. 몸이 부서져라 헌신하며 우애를 다져온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병문안을 와서도 누구 하나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시댁에 돈을 대느라 정작 내 자식들에게는 성한 과일 하나 사주지 못하고 굶어가며 일했는데...


6278fd8846eee.jpg

절대로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이토록 간절할 때 내밀어 주는 손길 하나 없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이 어긋난 기대를 곧 내 탓으로 돌려 봉헌했다. ‘다들 바쁘니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겠지?’ 생각하며 시어머니와 형제들이 나를 극진히 도와준 셈 치고, 잘해준 셈 치고 봉헌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사랑의 메아리가 돌아와 우애 깊게 살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실망 대신 기쁘게 봉헌의 삶을 택했다. 돌이켜보면 이 모진 세월 속에서 나를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고생하신 분은 오직 친정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는 사위 뒷바라지와 아이들 등교까지 다 챙겨놓고 나서야 셋째를 데리고 군서에서 광주까지 그 먼 길을 달려오셨다.


ead3c3786bda7.png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넷째를 돌보며 나의 병간호를 도맡으셨고, 밤이면 다시 셋째를 데리고 머나먼 군서까지 내려가기를 반복하셨다. 길도 험하던 그 시절, 나 때문에 고초를 겪으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특실에 고립되어 병명조차 찾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그 며칠간, 나 혼자라면 어떤 고통도 견뎌냈을 것이다.
 
그러나 젖먹이 아이가 겪었던 굶주림과 고생만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는데, 배고파 울며 빈 젖을 빠는 아이를 보며 나는 눈물로 부르짖었다. ‘하느님, 아이가 나오지 않는 젖을 빨 때마다 저의 온몸을 다 짜내어 영양분으로 가득 채워주시어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소서.’
 
며칠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탈수 위험에 처했던 우리 모자가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극한의 상황조차 사랑받은 셈 치고 봉헌했던 생활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때의 고생 때문인지, 아이들 중 가장 크게 태어난 넷째가 다른 형제들보다 많이 왜소한 것을 보면 지금도 내 가슴이 저려온다.


9a1537bd3fdb9.jpg

하지만 이 또한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랑받은 셈치고, 그리고 시댁 식구들로부터도 사랑받은 셈치고 봉헌하며 섭섭함도 다 씻어냈다. 인간적으로는 남편이나 시댁 가족들에게 섭섭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나는 이 모든 시련을 하느님의 사랑이자 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어린 시절부터 홀로 마음을 달래며 살아온 나에게,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홀로서기를 하도록 이 길을 허락하신 것이라고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셈치고 봉헌했다. 시댁 식구들의 외면 또한 그들의 본심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라 믿는다.
 
그러니 누가 내게 모질게 대하고 상처를 줄지라도, 원망 대신 사랑받은 셈 치고 아름답게 봉헌한다면 하느님께는 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비록 늘 혼자였지만 매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찾을 때 하느님께서 내 아버지가 되시어 응답해 주셨다고 굳이 믿는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삶에 가장 크신 사랑으로 내게 오셨으니 나는 아쉬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1f96b6f2f8d4f.jpg
f44c14fea7600.png

35 30

나주 성모님의 집 (경당)   전남 나주시 나주천 2길 12 (우. 58258) | 나주 성모님 동산   전남 나주시 다시면 신광로 425 

TEL  061-334-5003 | FAX  061-332-3372 | E-mail  najumary@najumary.or.kr | 사업자 등록번호  652-82-00210

COPYRIGHT ⓒ 2021 재단법인 마리아의 구원방주회 ALL RIGHTS RESERVED